인풋

아웃풋

이야기

2025-11-10 Mon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지도교수님께 제출할 논문 초고 마감 기한이 2주 남았다. 그동안 해외 학회도 다녀와야 하고, 일들도 계속 쏟아지고. 마감 안에 갖고 있는 자료는 다 보고 싶은데, 쉽지 않을 듯. 머릿속에서 개념들이 떠다니는 느낌이다. 붙잡아야 한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기 어려워서 우선은 많이 걸어 보려고 한다. 생각하면서 걷다 보면 논문 아이디어도 생각나겠지. 몇 주 만에 논문 워드 파일을 다시 켰다. 한 건 폰트 바꾸기밖에 없지만⋯ 같은 글도 여러 번 다시 보면서 덧칠해 나가야지. 스케치만큼이나 채색에도 신경써야 한다.

2025-11-14 Fri

지금은 뉴올리언스에 있다. HSS Annual Meeting 2025 에서 발표 준비 중. 시차 적응하느라 잠을 많이 잤더니 아침에 일찍 깼다. 다시 잠들려고 해도 잠이 안 와서 그냥 일어나 버리기로. 생각을 많이 하고 머리가 계속 돌아가면 잠이 잘 안 오는 것 같다. 게다가 잠을 깨려고(심지어 어떤 때는 잠을 자려고) 트위터를 보면 자꾸 스트레스 농도만 짙어져서 결국 원하는 목표와는 반대로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내 삶을 살아야 하기도 하고.

학회 발표보다는 그 이후의 논문 심사가, 그보다는 석사 이후의 학문적 궤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가 요즘의 화두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서 연구하느냐보다 무엇을 연구하느냐겠지. 소위 트렌디한 연구도 좋지만, 오래되고 중요한데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주제를 붙들고 늘어지는 연구를 하고 싶다. 물론 최근의 경향에서 재미있는 관점들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그걸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을 거다.

나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리터럴리 인생이 짧고 내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아직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비대한 자의식.) 그렇다면 잘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 계획을 세우고 유연하게 따르는 것,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겠지. 일단 여기서는 학회를 경험하고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과학사라는 학제로 묶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만 갖고 귀국해도 성과인 것 같다.